3호선 버터플라이 - 성기완, 남상아가 만들어 내는 화학작용/상승작용?
일시 : 1999년 10월 26일 (화) 2시
장소 : 씨애틀 에스프레소 (홍익대 옆) 대담 : 성기완, 남상아 vs 박준흠 사진 : 이정실 글 : 박준흠 말이라는 것에 대해서 신용을 안 한다'
Interview With 남상아 박준흠 : 왜 결정적으로 성기완씨와 작업하려고 했나?
남상아 : (웃음)...
박 : 얘기를 잘 안 한다고 들었는데. 남 : 말이라는 것에 대해서 신용을 안 한다.
박 : 사람뿐만 아니라 말에 대해서도 신용을 안 하는가? 남 : 내가 말하는 것에 대해 안 좋아하고, 말을 잘 못해서 그런 것 같다. 말은 항상 오해의 소지가 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을 주관적으로 받아들인다.
박 : 허클베리 핀 해체에 대해서 얘기한다면? 현재 이기용씨는 새로운 멤버를 구해서 허클베리 핀 재결성을 했다. 남 : 그냥 성격 탓이다.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다.
박 : 해체하기 전에 서로간의 다툼이 있었다고 들었었는데. 남 : 잘 모르겠다.
박 : 허클베리 핀과 3호선 버터플라이는 어떻게 다른가? 남 : 허클베리 핀 할 때도 변하고 있었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박 : 어떻게 변하고 있는 것인가? 남 :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것을 보게 되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옛날에 잊어버렸던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기본적으로 미래를 결정하지 않는 게 나의 스타일이다'
박 : 영화 '질주'에 출연한 것이 남상아씨 자신에게는 어떤 작용을 했는가?
남 : 그후로 집에서 용돈을 안 준다.
박 : 그게 가장 큰 변화인가? 남 : 그전에는 불쌍해서 줬는데, 이젠 돈을 벌었다고 안 준다. 박 : 영화 '질주'에서 자신의 이미지가 실제로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읽혀진 경우가 있는가?
남 : 그럴 수도 있다. 항상 그래왔다. 그게 아니더라도 잘 아는 친구가 아닌 이상 그럴 수 있다. 약간 화가 나기도 한다. 사람들이 '질주'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로도 화가 난다. 박 : 그게 무슨 말인가? 남 : 잘못 읽혀진 부분이 솔직히 많았다.
박 : 어떤 식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었나? 남 : 그 영화를 안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출연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내가 그 영화를 좋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처음 영화출연 얘기를 시작할 때와 계약할 때와 나중에 편집한 상태가 달랐다.
박 : 어릴 때부터 시나리오를 구상했다는 것은 영화에 대해 매력 이상의 의미를 느끼는 것은 아닌가? 남 : 나는 재미있을 것 같으면 뭐든 다 한다. 기본적으로 미래를 결정하지 않는 게 나의 스타일이다.
박 : 지금 현재는 시간의 경과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지 않겠지만, 그것을 느끼는 시기가 온다면 많은 것이 달라질 텐데. 남 : 내 기질이 한 순간에 변하지 않고, 나름대로 고집이 세다고 생각한다. 내가 알고 있거나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한 기본적인 신조는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박 :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이 뭔가? 남 : 사람들을 대할 때 솔직하게 대하는 것이다. 핵심이 되는 얘기는 내 안에 있어서 잘 표현 못하겠다.
박 :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신중하게 하려는 것인가? 이는 반대로 얘기하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대할 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열을 받는다'는 것인가? 남 : 그럴 때도 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추구하려는 것이 있으니까 그 사람이 나를 진실하게 대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그러고 싶어한다는 것에 대해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사실 화를 잘 못내는 편이다.
'주류의 손길에 대해서 갈등할 이유가 없다'
박 : 영화 '질주'에서 '바람' 역이 주류 진입을 포기하고 자신만의 음악을 추구하는 역으로 설정됐는데, 그게 자신의 모습인가?
남 : 아주 많이 다르다. 영화상에서 보여진 감독님이 의도하는 바와는 많이 다르다. 박 : 영화에서 잘못비친 모습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면? 남 : 거기서 그 여자가 그 팀과 같이 하기 위해서 왜 고민하는가가 전혀 설명이 안 돼있다. 만약에 (주류에서) 제의가 들어왔을 때 솔로로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팀과 계속하려면 하는 것이다. 그 판단은 사실 자기 안에 당연히 있어야 하는 명확한 부분이다. 왜 그 '바람'이 고민을 하는지 모르겠다. 거기서 주류의 손길에 대해서 갈등하는데, 갈등할 이유가 없다.
박 : 거기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은 어떻게 그려졌는가?
남 : 아주 피상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뭐가 다르다, 안 좋다 얘기 할 것도 없다. 그냥 합주하고 공연하고 끝이다. 그 여자는 좋은 오피스텔에서 살고 아르바이트한다. 박 : 이상인 감독의 시나리오가 '고민 없는 시나리오'란 말인가?
남 :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뭘 얘기하려는지가 없다. 대사를 할 때도 쓸 데 없는 얘기를 한다. 그러니까 영화가 지루해지고 재미없어진 것 같다. 솔직히 나 같으면 그런 영화를 안 만들 것 같다.
박 : 영화관련 기사를 보면 '이미지적으로 보여지는 청춘군상이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청춘을 리얼하게 다루려고 했다'는 이상인 감독의 말이 있었다. 이미지적으로 보여지는 것과 실재로 현실에 존재하는 청춘군상은 다른 것인가?
남 : 이미지라는 건 너무 주관적이라서 그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그 영화가 현실에 존재하는 청춘군상을 보여줬다는 말인데, 그렇지 않다. 그 영화는 이미지적인 청춘군상에서도 가장 피상적인 것 같다. 거기서 현실적인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핵심적인 것을 잘 뽑아내야 되는데, 그런 게 부족했던 것 같다.
박 : 이미지적으로 보여지는 언더그라운드의 록커와 실재 록커는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언더그라운드 록커는 이래야 되지 않나'라고 규정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남 : 언더그라운드의 록커는 이렇게 산다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 너무 천차만별의 록커들이 있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미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안 그런 사람들이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내가 언더그라운드 록커라고 별로 생각 안하고 산다.
박 : 뮤지션 이외에 다른 무엇이 되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남 : 다르게 사는 삶은 상상을 못하겠다. 그러나 다르게 살더라도 어쨌든 비슷할 것 같다. 게을러서.
'이젠 뭐 어쩔 수 없지 않나? 이게 내 목소리인데'
박 : 어떻게 음악을 하게 되었나?
남 : 하고 싶었고, 인연이 되어서 하게 되었다.
박 :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했을 것 같은데.
남 : 그걸 남 앞에 나가서 한다고 생각 안 했던 것 같다. 그 때 영국에서 와서 마음을 열어보려고 했었고, 변해 보려고 했었다. 당시 드럼 치는 언니를 만났는데, 마음이 잘 맞았다. 그래서 친구와 같이 음악하자고 그랬다. 그때가 91년쯤이다.
박 : 보통 남상아씨를 얘기할 때 '목소리가 독특하다. 중성적이다'라고 얘기한다. 이 얘기가 마음에 드나?
남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젠 뭐 어쩔 수 없지 않나? 이게 내 목소리인데.
박 : 연습은 많이 하는 편인가? 남 : 연습은 거의 안 한다. 해야 될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에 가깝게 나오지 못했다'
박 : 인디레이블이 시작되어서 처음으로 완성도 있는 음반을 보여준 것이 허클베리핀이었고, 그러므로 해서 허클베리 핀은 인디레이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남 : 사실 만족할만한 것은 아니었는데 정말 열심히 했고, 각 곡마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는 좋았었다.
박 : 불만족은?
남 : 사실 곡이 있으면 곡에 대한 이미지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에 가깝게 나오지 못했다.
박 : 녹음에서 문제는?
남 : 녹음은 최선이었다. 마음에 들게 나왔다.
박 : 허클베리 핀 1집에서도 노이즈 사운드가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남 : 노이즈라는 건 사람들이 듣기에도 자유롭게 느껴질 것 같다. 나는 뭔가 확립되어 있는 것을 안 좋아한다. 생활할 때도 결정되어 있는 건 잘 마음이 안 간다. 음악을 소리라는 면에서 많이 생각한다. 그러면서 노이즈가 주는 느낌을 생각한다. 예를 들면 심장박동이 있는 가운데 그것을 파괴하는 것이 들어가면 어떤 느낌이 나온다. 그런 느낌을 좋아한다. 기완 오빠가 얘기했던 것처럼 집에 있는 냉장고 소리도 어떤 느낌을 준다.
박 : 자기가 중요하게 느끼는 것들을 얘기했는데 그것이 실재로 음악에 반영되나?
남 : 당연히 반영이 된다. 그것이 나다. 음악을 하면 그런 모습이 보일 수밖에 없다.
'존재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분노이다. 어릴 때 한동안 말을 안하고 산 적이 한 3년 정도 있다.'
박 : 남상아씨는 어떤 뮤지션이고, 어떤 여자인가?
남 : 아까 시간에 대해 얘기했는데, 삶을 조심조심 살려고 한다. '삶이라는 게 어떤 것인가?'에 대해 집착하고 제대로 살려고 노력한다. 음악 하는 것은 여기 연결되는 것 같다. 박 : 자우림의 김윤아와 자신을 비교하면?
남 : 글쎄. 나와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녀는 대단히 공격적이고 똑똑하고 말도 잘하고 음악도 자신감 있게 하고 믿는 것도 확실한 것 같다. 나랑은 안 맞는 것 같다. 나는 확실한 것이 없다. 그게 또 재미있는 것 같다.
박 : 그러나 음반에서 들려지는 것은 강하고 확실하고,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한다'라는 이미지로 보인다.
남 : 그건 나 자신에 대한 분노 때문에 그렇게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삶에 대한, 죽음에 대한 분노. 사람들한테 공격적일 수 없다.
박 : 어떤 부분에서 분노를 직접적으로 느끼나?
남 : 존재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분노이다. 어릴 때 한동안 말을 안하고 산 적이 한 3년 정도 있다. 말하는 법을 잃어버렸던 적이 있다. 지금은 정말 많이 나아진 것이다.
박 : 말을 아예 안 했었나?
남 : 대답은 했는데, 그 때도 되게 불안해하면서 대답을 했었다.
박 : 세상에 대한 통로가 음악이 되는 것인가?
남 : 그 시절에 아주 음악에 빠져 있었다. 말 한마디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음악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박 : 학교 다닐 때 그랬었나?
남 : 그렇다.
박 : 다른 사람과 교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나?
남 :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내가 잘못 알려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많았다. 어릴 때 외국에 있었다. 초등학교 때 1년, 고등학교 때 3년 영국과 미국에 있었다. 그때 많이 혼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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